퍼실리테이션은 단지 회의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기술일까요? 아니면 더 넓은 삶의 방식일까요? 퍼즐에서는 퍼실리테이션을 ‘생각을 조리하는 요리법’으로 비유합니다. 생각은 식재료, 퍼실리테이션은 레시피, 퍼실리테이터는 요리사라는 말처럼요.

퍼실리테이션은 어떤 대상을 위한 기술인가요?

퍼실리테이션은 집단을 위한 기술이지만, 꼭 다수가 아니어도 가능합니다. 흔히 퍼실리테이션은 4인 이상의 회의나 워크숍에서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1:1 대화나 소규모 협업에서도 충분히 유효한 개입 방식입니다. 다만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조율의 난이도와 설계 복잡도는 높아지며, 이에 따라 퍼실리테이션의 필요성과 전문성도 함께 요구됩니다.

1인 또는 소수의 대화를 지원하는 방식까지도 퍼실리테이션의 범주로 넓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퍼실리테이션은 사고정리를 돕는 도구이자, 다양한 상황에서의 문제 해결 전략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퍼실리테이션이 활용되는 다섯 가지 방식

퍼실리테이션의 활용 범위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퍼즐은 퍼실리테이션을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방식으로 분류하여 설명하고자 합니다.

회의 지원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
리더십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
교수법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
동기부여 과정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
생활 철학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

이 중에서도 오늘은 ‘회의 지원’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에 대해 집중해 보겠습니다.

회의는 정보를 조리하는 공간입니다

퍼실리테이션은 회의가 본래의 목적에 도달하도록 돕는 기술입니다. 회의는 일종의 ‘정보 가공 공정’입니다. 마치 공장에서 원재료를 가공해 완제품을 만들듯, 회의에서는 참여자들의 생각이라는 원재료가 모여 논의를 거쳐 결정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생각이 정보자원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각자의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은 자원이 아닙니다. 이를 회의 안으로 끌어내고 서로에게 공유하는 행위가 있어야만 논의와 결정이 가능해집니다. 퍼실리테이션은 이 생각의 추출과 활용을 돕는 설계자이자 조율자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회의 목적에 따른 퍼실리테이션 설계

회의에도 다양한 목적이 있습니다. 퍼즐은 회의를 다음의 5가지 목적 유형으로 구분하여 퍼실리테이션 설계를 제안합니다.

정보 공유: 각자의 진행 상황이나 정보, 시각을 나누는 회의입니다. 팀 브리핑이나 프로젝트 체크인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창의 개발: 새로운 아이디어나 방향을 탐색하는 회의입니다. 비전 수립, 전략 워크숍, 아이디어 회의 등이 예시입니다.
갈등 해결: 이해관계나 가치관의 충돌을 조율하는 회의입니다. 감정이 격해질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한 절차와 감정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의사결정: 여러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실행 여부를 판단하는 회의입니다. 참여자들이 결정 과정에 참여할수록 실행력과 책임감이 커집니다.
역량 강화: 교육, 학습, 훈련을 목적으로 한 모임입니다. 전통적인 강의보다는, 참여형 학습 방식에서 퍼실리테이션의 역할이 더 중요하게 작동합니다.

회의 설계의 핵심은 ‘목적의 명확화’

퍼실리테이션이 실패하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는, 회의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공장에서 어떤 제품을 만들지 모르고 기계를 돌릴 수 없는 것처럼, 회의에서도 무엇을 위해 모였는지를 정의하지 않고 시작한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퍼실리테이션은 회의의 목적을 설계하고, 참여자가 자신의 생각을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일련의 개입입니다. 퍼실리테이터는 회의 목적을 중심으로 아젠다를 설계하고, 참여자 간의 흐름을 촘촘히 연결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감정과 의견의 충돌을 안전하게 다루는 중재자이기도 합니다.

퍼실리테이션, 생각을 요리하는 힘

퍼실리테이션은 단순한 진행 기술을 넘어, 생각을 끌어내고 정리하며, 집단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일련의 지적 설계이자 정서적 리더십입니다. 회의뿐 아니라 교육, 조직운영, 심지어 일상의 대화까지도 퍼실리테이션의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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